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취미생활/책을읽자!

15-03 최인호의 인연



내 어릴적 기억속의 최인호씨는 "겨울 나그네"로 각인되어 있다. 내가 "겨울 나그네"를 읽었었는지 그냥 소설제목과 동일한 분위기 좋은 카페의 이름으로 기억하는지도 잘 생각이 나지 않지만 이곳저곳에서 읽어 조각조각 가지고 있는 기억들속에서 최인호씨의 글은 예쁜 문장으로 인식되어 지고 있다.


최인호작가가 세상을 떠난 무렵, 즐겨 듣던 라디오에서 손숙씨가 멋진 목소리로 최인호의 인연중 몇 구절을 읽어 주었다. 문장 문장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과 인연을 이렇게 감성적으로 표현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날 바로 최인호의 인연을 주문했었는데 꽤나 시간이 지난 이제서야 그 책을 읽게되었다. 

벌써 손숙씨가 읽어 주었던 구절은 아름다운 글이라는 피상적 느낌으로만 존재하는데 책을 아무리 읽어가도 그 아름다운 구절을 도통 찾을 수가 없을 뿐더러 책의 내용들도 과하게 인연을 과장한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이 들었다. 

심지어는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줄을 그어 놓은 부분이 이러하다. "그때 편지를 읽으며 그 작가들이 사랑을 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거짓과 공갈(?)을 과장되게 사용했는가를 눈치 채고 나 홀로 킬킬 웃기도 해다. 작가란 원래 더러운 영혼을 가진, 구제받을 수 없는 비렁뱅이와 같은 존재인데 사랑하는 여인에게 무슨 거짓말인들 할 수 없겠는가"


유명작가들의 연애 편지를 읽으며 최인호가 느꼈던 감정을 독자인 내가 최인호를 글을 읽으며 느꼈다면 조금 과장스러울까? 아니면 내가 오십이 넘어 이 책을 다시 읽어야 사십대와 다른 인연을 찾아 낼 수 있을까? 가끔은 내가 마흔의 사춘기에 접어든것 같기도 하다.

마흔의 나는 감정적인 아름다움 보다는 이성적인 아름다움을 더 추구하는것 같다. 인연이 닿는다면 조금 더 나이를 먹은 후 다시한번 이 책을 읽어 보리라.